** 이 글은 2011년도에 뉴욕 현지에서 작성했던 글입니다.
무슨 일을 하던 항상 늘 피드백을 거치는 버릇은, 이 곳에서 일을 하면서도 어느 시점이 되면 하겠다는 생각은 변함이 없었다.
2011년 9월부터 약 반년간 미국 뉴욕의 현지 기업에서 인턴 개발자로 근무 하면서 직접 그들의 비즈니스 문화와 프로세스를 체험하고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느꼈던 몇 가지들을 정리해보고자 한다.
1. 야근이 없다는 말은 뻥이었다.
여기서도 야근한다. 혹시나 미주에서 개발직 생각하고있는 사람들이 한국과는 달리 ‘야근이 없어서 좋을거다’라는 희망을 가지고 있다면 얼른 그 생각을 버리는것이 정신건강에 좋을 것 같다. 특히나 개발 프로젝트가 잦거나 업무 양이 어느정도 있는 수주가 잘 들어오는 기업의 경우, 개발자들은 주간 60-70시간 근무를 해야 할 수도 있다. 다만 “일이 많아서 필요하면 야근해야지”라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다시 말해, 다른 평일에 자기 업무 할당량 다채우고(=야근하고) 금요일날 Director 한테 ‘나 금욜날 안 나올께’ 라고 하면 99%는 별말없이 OK 라고 한다.
일반적인 우리나라 기업 문화와 비교해서 쉽게 풀이하자면, 업무가 없음에도 굳이 쓸데없이 야근하지 않고 개인이 할당된 업무량을 처리하고나면, Director 가 일이 많아서 야근을 더 하고 가던말던 나는 그냥 ‘Have a good night’ 하고 쿨 하게 퇴근할 수 있다는 점. 물론 고정된 Stipend 를 지급받는 인턴이 아니라 파트 타임급 이상이되면 기본 시급의 1.5배 되는 야근수당은 꼬박꼬박 챙겨준다. (적어도 우리회사는 그렇다. 내가 근무한 근무시간을 내가 직접 SAP 시스템에 입력하니까)
2. 효율에 기반한 미국의 Business Culture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쓸데없는 짓’ 은 하지 않는다. 그래서 미국 사람들이 우리나라에 비해서 정이 없다는 소리를 비교적 더 많이 듣는건지도 모르겠다. 질질 끌면서 시간때우며 일이 안끝났을때 ‘그냥 야근하지뭐~’ 가 아니라 야근은 정말 필요한 경우에 하는 거고 처리할 것이 있다면 아침에 출근해서 퇴근시간까지 주어진 시간 내에 집중력을 가지고 일을 처리한다는 느낌을 많이 받는다. 중간중간 잡담/농담을 섞어가며 일을 하지만 일을 처리하는 도중에 직장 동료들끼리 ‘아~ 담배나 한대 태우고 하시죠?’ 와 같은 시간을 축내는 일은 별로 거의 없다. 재밌는 것은, 일을 하는 사람만 그렇고 안하는 사람은 안그렇다는게 아니라 모두가 그렇다. 농땡이 피우는 사람이 단 한명도 없다는 것이다. 아마도 고용주의 막강한 권한이 기반 하기 때문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업무 시간에 중간에 말없이 사라지는걸 체크해뒀다가 어느날 갑자기 Vice President 가 웃으면서 ‘너 해고’ 라고 하면서 가차없이 쫓겨나는 세계니까. 여기서는 이런걸로 근로기준법 들먹이며 소송하는것은 씨알도 먹히지 않는다.
물론, 일이 없어서 한가할때는 대놓고 Facebook 한다. 다른 기업에서 근무하는 친구는 너무 할일이 없어서 직접 Director 한테 ‘일 할거 없냐’라고 물어보니까 ‘어, 없어. Facebook 하고 놀아! 니꺼 구경좀 하자!’ 라고 했다고 할 정도니까. 각 기업들의 분위기와 문화마다 다를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우리 회사에서는 일할때 귀에 이어폰 꽂고 음악들으면서 일하기도 한다. 어느날 오후 3시에는 직원이 냉장고에서 위스키 꺼내와서 술 마시기도 했다, 직원 한명 생일이랍시고…그리고 다들 음주 근무! 다만, 개인이 처리해야 될 업무와 직책에 따른 직무의 책임은 확고하다. 자유에는 책임이 따르는 법이니까.
3. 알고보니 사장님……
어느 날, 씽크대에서 커피마시고 컵 설겆이 하고있는데 옆에 누가와서 설겆이 하길래 인사나 하려고 얼굴 봤더니 사장님 이었다(!). 사장님과 사이좋게 나란히 씽크대에서 같이 설겆이를 했다. 이제 막 일을 시작하던 타이밍이라 그랬는지, 한국 문화에 익숙했던 나는 그때 당시에는 아무래도 신기할 뿐이었다. 익히 들었겠지만, 미국의 기업문화에서 직급은 단지 하는 일이 다르다고 생각할 뿐, 일반적인 아시아권의 기업 문화처럼 사장이 기업에서 군림하고 있지는 않다.
한국의 대부분 기업 문화를 살펴보면 쓸데없는 정치에 휘말리고, 실력보다는 인성 이라는 미명하에 군대식 문화에 젖은 부조리함 때문에 이들의 문화가 더 효율적이다 라는 생각이 드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문제는 그 악순환의 고리가 쉽게 끊어지지 않다는 것. 수천년간 쌓아온 전통적인 한국 사회의 유교 문화가 아무래도 서구식 기업 문화에는 잘 맞지 않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아무튼 이들의 문화에는 군대식 서열같은것은 없고 각기 다른 직책 에서의 다른 직무 만이 존재할 뿐이다.
4. 물론 ‘싸바싸바’ 는 여기에서도 존재한다
직속상관인 같은 팀의 Director 에 대한 ‘싸바싸바’ 는 한국만 그런건줄 알았는데, 여기도 존재했었다. 같은 Technology/Development 팀원 들을 보면 Director 가 출근했을때와 출근하지않았을때 분위기가 다소 다르다. 무엇보다 Director 의 시덥잖은 농담에 오버 할 정도로 웃어주는거 보면 그런 느낌을 더욱 많이 받는다. 사람마다 다를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같은 부서의 Director 라면 어느 정도의 싸바싸바는 필요한것이 진리 인가보다. 이 부분에서는 역시나 사람 사는 곳은 다 똑같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5. 대기업이고 나발이고 니 잘난만큼 벌어가세요
‘대기업’ 이라는 잣대가 한국과는 달리, 결혼이나 개인 생활에서 큰 영향을 미치고 있지는 않다는게 내 생각이다. 아무래도 직장과 개인 생활은 어느정도 혹은 철저히 분리하고 있는 분위기의 미국이라서 그런 것 같다. 또한 개개인의 경력이나 실력/능력에 따른 합리적인 고용 덕분에, 오히려 벤처기업이 대기업보다 급여를 더 많이 주는 케이스도 많다. 그 때문에 일부러 Full-time 근무보다 Part-time 근무로 회사를 자주 이직하는 사람들도 많다. 재미있는 것은, Part-time의 경우가 Full-time 보다 연봉이 더 높은 경우도 많다.
Salary.com 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2011년도 기준 뉴욕 시의 시스템 엔지니어 (1급) 평균 연봉은 7만불이 넘는다. 최근 기사에서는 억만장자가 되는 가장 가능성있는 방법은 IT 업계에 종사하는 것 이라고 까지 했으니까 말 다한듯 싶다. (참고 : http://imnews.imbc.com/news/2012/world/article/3035153_10164.html) 이는 국가 근간을 이루며 나라를 먹여살릴수 있고 Infrastructure 관점에서 국가 기반을 다지는 엔지니어 직무에 대한 미국 사회의 대우와 그 분위기를 표면적으로 잘 나타내는거라고 보고 있다.
하지만, 내가 어딜가던 굳게 믿고 있는 진리 한 가지는 전 세계 어딜가든 직급과 연봉은 업무의 양에 비례한다는 것. 국가 GDP와 물가 등등과 같은 외부 환경적인 요소들이 국가마다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겠지만, 그 곳에서 돈 많이 받는 만큼 그만큼 일을 많이 한다는 사실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똑같을 것이다.
6. They don’t care who you are, where you are from.
글로벌화가 가속화되면서, 국경이 점점 의미없어지는 이 시대에 특히나 미국은 더군다나 이 곳 뉴욕은 조그마한 지구의 축소판 같이 정말 다양한 인종과 사람들이 살아가는 도시다. 하지만 기업 문화에서는 어느 누구도 당신이 어디서 왔던, 누구이던, 출신이 어디이던 상관하지 않는다. 오로지 실력과 능력에 따라 대우를 받고 살아간다. 인종차별이 아직까지도 남아있다지만, 회사에서 그랬다가는 ‘You fired.’ 소리 듣는 지름길. 기업 안이든 밖이든 오히려 그런 태도와 언행을 보이는 상대방을 보면 그 사람이 멍청해보이거나 불쌍해 보일뿐.
7. 친절한 동료씨
자그마한 일에도 Thank you so much 와 appreciate 를 연발하는 동료들, 정확히 말하면 말단직원인 나에게 Director, 수석 개발자들이 나에게 하는 말 들이었다. 칭찬과 감사함에 인색한 한국의 분위기에 나도 휩쓸려서(?) 그런것이 부족하지 않았나 싶었는데, 여기와서 고마움에 대한 표현을 앞으로는 조금 더 적극적으로 해야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또한, 상사가 일을 시킬때도 군대가 아닌 이상 절대 직접적인 명령을 내리는 느낌보다는 흔히 중학교 영어 교과서에서 볼 수 있는 표현들이 많다. ‘니가 이걸 해준다면 참 고마울텐데’ 또는 ‘Could you please do something?’ 과 같은 표현들!
#Steven